‘세계 조현병의 날’ 앞두고 도청 앞 집회 장애인 당사자·활동가 등 200여 명 참석 “격리나 배제 말고 함께 살 권리 보장을”
22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 30분까지 경남도청 정문 앞에서 '제4회 매드프라이드(Mad Pride) 경남' 행사가 열렸다. 이 자리는 정신질환 장애인 당사자들도 비장애인과 함께 지역사회 한 구성원으로 살아갈 권리가 있다는 점을 알리고자 마련됐다. 참석자들이 도청광장 건널목 앞 신호 대기 차량을 마주보고 손팻말을 들고 있다. /최석환 기자
'세계 조현병의 날'(5월 24일)을 앞두고 경남지역 정신장애인 당사자와 인권단체들이 조현병 환자를 향한 낙인과 차별 중단을 촉구했다.
경남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와 경남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는 22일 오전 11시부터 2시 30분까지 창원시 의창구 사림동 경남도청 정문 앞에서 '제4회 매드프라이드(Mad Pride) 경남' 행사를 열었다. 매드프라이드는 정신질환 당사자들이 이제는 자신을 숨기지 말고 사회적 편견에 맞서 싸우자는 취지로 이어지는 인권 운동이다. 1993년 캐나다 토론토 온타리오에서 시작됐고, 경남에서는 2023년 5월부터 전개됐다.
도내 정신장애인 당사자와 장애인 지원단체 활동가 등 200여 명이 올해 행사에 함께했다. 참가자들은 도청 앞 건널목을 오가며 피켓 시위를 벌였다. 신호 대기 차량 앞에 줄지어 서서 '당사자 없는 결정, 인권 없는 경남 정책', '환자 말고 시민으로, 격리 말고 공존으로'라고 적힌 손팻말과 펼침막을 들었다. 또한 '혐오 말고 이해, 우리는 어디에나 있다', '당신이 정의한 말로 나를 가두지 마라', '잠재적 범죄자가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이웃이다' 같은 문구도 내걸었다.
최진기 경남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대표가 22일 경남도청 정문 앞에서 열린 '제4회 매드프라이드(Mad Pride) 경남'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최석환
김종선 경남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부대표는 "정신질환자들은 위험한 존재가 아니라 여러분의 이웃이자 가족"이라며 "그런데 정신장애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차별받고 억압받거나, 원치 않는 강제입원을 당하는 현실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당사자들도 비장애인과 똑같이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김 부대표는 "정신질환 병력이 알려질까 두려워 개인 이야기를 숨긴 채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며 "원하지 않는 입원을 반복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2020년 합천지역 정신병원 사망사건(장애인 당사자가 남성 간호사에게 폭행당한 끝에 숨진 사건)처럼 정신장애인 인권은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
경남도에 지역사회 자립지원과 정책 마련을 여러 차례 요구했지만 행정은 책임만 떠넘기고 있다는 말도 꺼냈다. 김 부대표는 "결국 우리 권리는 당사자들이 직접 이야기해서 찾을 수밖에 없다"며 "앞으로도 계속 거리에서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
집회에서는 지역사회 관심과 연대를 호소하는 발언도 이어졌다.
최진기 경남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대표는 "정신장애인이 있어야 할 곳은 병원이 아니라 지역사회"라며 "경남에는 정신장애인 자립생활센터와 동료지원 쉼터 같은 기반시설이 부족하고, 노동권 배제도 심각하다"고 말했다.
이어 "당사자들이 일하고 살아갈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시민사회와 행정이 함께 나서야 한다"며 "시민들도 정신장애인과 정신질환자을 향한 차별과 낙인을 멈추고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지지와 연대를 보내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