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장애인단체 이동·노동권 등 보장 촉구
경남도에 11대 요구 제시...거리서 오체투지
경남지역 장애인들이 아스팔트 바닥에 납작 엎드린 채로 권리 보장을 호소했다. 세찬 바람과 중간중간 가는 빗줄기가 이어지는 날씨에도 100여 명이 거리에 나와 인간다운 삶을 살게 해달라고 외쳤다.
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는 17일 오후 1시 창원시 성산구 용호동 정우상가 앞에서 장애인 권리 보장 정책 결의대회를 열었다. 단체는 장애인 차별 철폐의 날(4월 20일)을 사흘 앞두고 투쟁 결의에 이어 행진(1.8km)을 진행했다. 정우상가~창원시청광장 회전 로터리~최윤덕 동상 순서로 움직였다. 동상 앞부터 KBS창원~경남도청까지 삼보 일배도 이어졌다. 중증장애인들은 휠체어를 타고 뒤따랐다.

반대 결의문 낭독에 나선 박혜리 경상남도장애인자립생활지원센터 활동가는 "장애인의 이동권, 노동권, 교육권, 자립생활권 등은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기 위한 최소한의 권리"라면서 "그러나 권리 실현은 여전히 먼 이야기처럼 다가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권리 보장을 약속해놓고 이를 저버린 경남도는 외면 말고 장애인도 도민으로 당당히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세희 양산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는 "장애인 교통수단은 턱없이 부족하고, 활동 지원은 여전히 제한적이며, 공공일자리는 형식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다"며 "장애인 평생교육은 예산 부족으로 생존을 걱정해야 하고, 자립생활 지원은 공허한 약속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동하고 싶어도, 일하고 싶어도, 배우고 싶어도, 예산이 없다는 이유로 외면받는 현실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박완수 경남도지사를 향한 날 선 목소리도 나왔다. 그는 "그동안 내걸었던 장애인 공약과 약속들은 공허한 메아리로 남아 있다"며 "그간 포용적 경남을 강조하면서도 정작 장애인을 향한 행정은 냉담하고 무관심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진정으로 도민을 위한다면, 장애인을 외면한 채 화려한 청사진만 제시할 것이 아니라, 약속했던 일부터 제대로 이행해야 한다"며 "즉각 행동으로 응답해야 한다. 이제는 말이 아닌 실천으로, 약속이 아닌 결과로 보여줘야 할 때다"라고 말했다.

도내 장애인들은 행진을 마치고서 11대 요구안을 경남도에 요구했다.그 내용은 △와상 장애인 특별교통수단 도입 △시외 이동권 강화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 확대 고용 안정화 △장애인 평생교육 확대 △자립홈 운영비 현실화 △정신장애인(질환) 자립 지원 확대 △장애인 도우미 지원 확대 △경상남도 의사소통 지원 조례 제정 △경상남도장애인자립생활지원센터(광역 지원) 예산 확대 △장애인복지위원회 소위원회 해체 등이다.
최진기 경남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대표는 "경상남도의 무책임한 행정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끝까지 싸워서 우리들의 권리 우리 손으로 쟁취해내겠다"라고 말했다.
경남도는 단체 요구 관련해 각 부서와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도 관계자는 "여러 부서와 함께 장애인단체와 면담을 진행했다"며 "당장 쉽지는 않겠지만, 권리가 보장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장애인들은 이날 도청 정문 안으로 들어가 오체투지를 마무리하려 했다. 하지만 공무원들이 이를 막아서면서 격한 몸싸움이 이어졌다.
/최석환 기자